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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 꾸러미가 그리운 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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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주생애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1-28 21:15 조회58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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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짚 꾸러미가 그리운 시제


지난 20231113(101) 초겨울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집을 나섰다.

동 트기전 월요일 아침인데 회사 출근을 안하고 무슨일로 부지런을 떠는지 지금부터 이야기 하고자 한다.

 

시제(時祭)는 원래 사(4) 시제라고 1년에 4번 춘, , , 동의 4계절마다 고조 이상의 조상을 함께 제사하는 문중의 제사다. 4대 봉사가 끝나 기제(忌祭)를 잡수시지 못하는 조상을 위해 5대조부터 산소를 직접 찾아 올리는 제사다.

시제는 기제사(忌祭祀)와 절차가 거의 같다. 초헌(初獻)은 유사, 종손 또는 문중의 원로(元老)가 한다. 시제가 끝나면 봉송이라하여 짚으로 만든 꾸러미에 제물을 함께한 사람들과 나누어 준다. 시제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문중의 큰 행사로 대소사가 의논되고 기강이 확립되며 동네와 문중과의 서열경쟁에서 상호 우의를 공고히 하는 것으로우리 만의 미풍양속이다.

 

아주 먼 기억으로 고향집 가을은 논밭에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은 11(10)이 되면 즐거운 학교 운동회와 조상님 시제날이 제일 생각난다. 그중 온 동네 잔치로 시제가 있는날 아침에 어머니께서 오늘이 조상님 시제 날이니 학교 끝나고 일찍 오라고 일러주신다. 나는 조상님 시제 지내는 일보다 제물 꾸러미 먹을 생각에 책보자기를 마루에 팽개치고 사촌 형제들과 억대동(주생면 영천리)선산으로 뛰기 시작한다 대략 3km는 충분히 되는 거리를 10살 초등학교 아이들이 좁은 비포장길을 떼지어 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목까지 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소에 도착하니 오촌 당숙님께서 ~ 이놈들 학교 공부안하고 조퇴하고 왔냐며 핀잔을 주시더니 줄을 서라하신다. 우리는 서로 먼저 받으려고 어깨싸움 끝에 7곱번째다 헌데 얼핏보니 제물 꾸러니는 5개밖에 안보인다. ~ 조바심에 순서를 기다리는데 당숙님 어깨넘어 짚 꾸러미가 몇 개가 보이지만 내 손에 쥐어줘야 내것이니 마음이 불안하다. 드디어 내 차례 짚 꾸러미를 받는 순간 짚 사이로 떡, 생선, 돼지고기, 사과, , 마른 상어껍질 등이 골고루 있어 먹고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어머님께 자랑하고 동생들과 나눠먹을 생각에 짚 꾸러미를 엎구리에 끼고 집으로 뛴다. 어머이~ 나 꾸러미 받았어~~

 

오늘은 사촌과 친구와 셋이서 경기도 고양시 원당 밀양박씨(密陽朴氏) 규정공후(糾正公后) 절도사공(節度使公) 정이재(定夷齋) 재실(齋室)을 들어서니 세봉 회장님을 비롯 전국에서 오신 종인들께서 반갑게 맞아준다. 오랜만이라 안부 인사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남원 ()씨 문중 70이 넘은 명수 형님이 90을 넘긴 정표 형님을 모시고 오셨다. 너무도 반가워 안부 인사를 하고 종인분들과 재실 앞 두응촌 선영 제1묘역 절도사공(휘 대손. 할아버지) 제단 앞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시제 후 음복도 하고 단체 인증샷으로 마무리 하고 났으나 왠지 허전하다.

 

짚 꾸러미도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도 없는 묘지를 둘러보니 다들 힛긋힛긋한 새치 머리카락에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조심스럽게 언덕을 오르내리시는 어르신들 뿐이다. 뒤에서 홍보이사님! 짐 정리하셔야지 무슨 생각을 해~” “70 막내 갑니다~” 돋자리와 천막을 걷고, 제기와 남은 제물을 챙기고 내려오길데 말씀들도 없이 조용한 모습들을 보니 내년에는 홍보이사직을 걸고 사촌 동생도 데리고와 꾸러미도 만들고 지난 이야기도 나누는 시제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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